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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정엔 동네 어른들이 부채 하나씩 들고 드러누워 코를 골거나 발 덧글 0 | 조회 1,073 | 2019-09-21 12:16:42
서동연  
모정엔 동네 어른들이 부채 하나씩 들고 드러누워 코를 골거나 발을 개고 앉아서 먼 들녘을 바라보고 있다. 들녘의 누런 물결이 풍요롭게 보인다. 아이들은 덜 익은 쌩댕이 참외를 껍질 채 베어먹거나 단수수 껍질을 베껴서 단물을 빨아먹고 있다. 단물 빨아먹고 땅바닥에 뱉어놓은 곳엔 개미떼들이 달라붙어 쪼가리를 입에물고 어디론지 끌고가고 있다. 너무도 조용한 한낮의 풍경이었다. 모두들 점심을 먹고 뜨거운 햇볕을 피하여 잠시 오수를 즐기려 온 사람들이었다.미스 박이 자동판매기에서 뽑은 커피를 갖다놓자 그는 한모금 마신다음 탁자위에 놓았다.『 대체 왜 이제 오는거냐? 』『정말 화영이구만! 평생 못볼줄 알았는데.』그런 쉐타를 입은 백사장이 나오자 용수는 인사를 하였다.『너도 그렇게 보이냐? 이건 분명 신의 계시야. 저 논 주인을 만나서 당장 계약해놔야겠다.』『아니? 마저 해야할거 아니요?』『 어머! 어머! 』이윽고 큰 방에서 아버지의 쉰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둘러업은 이불을 지치고 웃목에 있는 잠바를 걸쳤다.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자 눈과 바람이 온몸을 감싸면서 부르르 몸을 떨게 하였다. 그는 음침한 부엌의 구석에 있는 큰 항아리의 뚜껑을 열고 바가지로 보리쌀을 반되정도 되게 펐다. 매번 거지에게 주던 습관이 배었기 때문이었다. 요란하게 짖어대던 개도 용호가 나옴으로써 조용해졌지만 애들의 거지놀림은 여전하였다.한동안 눈에 띄지 않던 용호가 사우디에 갔다고 소식을 들은 건 얼마 전이었다. 소위 노가대에서 굴러먹던 용호가 외국에 나가리라고는 감히 생각치도 못했다.한동안 아까짱의 익사로 이승과 저승을 왔다갔다하던 아내가 아까짱의 생존을 확인한 다음 건강체질로 변하고 있는 터였다. 하마터면 홀아비가 될뻔 하였다. 다 그놈의 아까짱이라는 아름 때문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진작에 좋은 이름으로 바꿔놨어야 하는건데. 이름은 남이 불러줘야 이름이지, 좋은 이름이 있건만 동네사람들과 꼬맹이까지 아까짱이라 불렀다.지금 이들이 서 있는 곳에 수문지(水門址)임을 알려주는 거대한 석주(石柱)
『삼청교육대라니?』경찰서에서 수도없이 찾아왔고 전화에 도청장치까지 했다는 것이다. 아까짱은 이를 갈면서 당장 경찰서에 찾아가 결백을 주장하려 했으나 부모님이 완강하게 말렸고 자신도 역시 지금 경찰서에 가봤자 살인혐의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여 지금까지 피해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벌써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쓸쓸히 공동묘지에 묻혀있는 화영의 무덤에 국화꽃 두 송이를 갖다놓았다. 옆에 아기 무덤도 꽃 한송이 놓으며 죄없이 피살된 화영의 원수를 갚을 것을 맹세하였다.금용은 청계천변 판자골목길을 오면서 여자들로부터 호객을 당했던 모양이다.용호가 미혼이라는 것을 확인한 것은 지난 번 용수에게 촌지를 돌려주면서였다. 나이에 비해 아이를 일찍 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형님이 장가도 못가고 있는데 자신이 먼저 결혼을 해서 미안하다는 얘기였다.『오빠!』얼어붙은 삐뜨리는 꼼짝 못하고 있다.갑부는 잘못 짚었던 것이다.정말 여자는 참하고 잘 생겼다. 머리가 약간 실성해서 탈이지만. 기억상실증이라고나 할까. 과거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진선과의 사이에 돌 지난 아이가 있는데 전 남편이 나타났으니 만약에 이 남자가 자신이 데리고 사는 걸 안다면 칼들고 덤빌지 모른다. 그 사진을 갖고 다니다가 혹시 우리동네에 오면 어떡하나. 더구나 여관에 투숙하기라도 하는 날이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가 아닌가.『 화영씨! 다친덴 없어요? 』『화영은 지금 서울에서 대학 다니고 있을거야. 무슨 대학인지 모르지만.』『앗! 당신은.』지방문화재에 유달리 관심을 갖던 조학묵은 이 근방에 있는 문화재 훼손을 염려해서 그처럼 말렸던 것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을 하였다. 조학묵이 사라지고 얼마 후 잠바차림의 군청직원 두 사람이 나타났다. 그들은 군청 문화공보실에서 나왔다며 신분증을 용호에게 보여주며 한아름되는 바위와 푸른 빛을 띠며 말라버린 동그란 청동제를 들며 살펴보았다.『이 자식이!』나이에 비해 폭삭 늙은 최갑부는 새집지어진 머리와 때묻은 파자마 바람에 요강을 들고 마당으로 비척거리며 나왔다. 요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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